2010년 입학하며 정한 목표는 '무사히 졸업하기'였다.
젊은 애들에게 밀리고 오랜만에 하는 공부에 적응못하여 늘 그렇듯이 또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아
도중에 에이씨 틀어져서 그만두고 나오는 것,이 가장 피해야 할 것이었으니.
지난 2년을 비교적 무사히 보냈구나 생각하니, 일단 자신이 대견스럽다. 3분의 2를 제대로 넘긴 거잖어. 훌륭한데.
남은 1년이 가장 중요한 기간이긴 하지만, 별일 없는 한, 동기들과 함께 졸업할 수 있을 듯. 물론 시험 합격은 별개의 일이지만.
1. 1학년 1학기.
가. 학교생활
처음 펴 본 법전과 법서의 엄청난 두께에 압도당하고, 인정사정 보지 않고 질문과 핀잔주기를 반복하는 교수님들에게 긴장하고, 젊은 애들과 섞일 수 있을까 고민하며, 긴장한 상태로 3~4월을 보냈었다. 5월부터 어깨 근육이 풀리기 시작.
나. 학습
1)계약법
민총을 다 보고 들어왔다는 가정 하에 진도를 아우토반처럼 뽑아냈던 계약법이 주된 투자 과목이었다. '임느님'이라는 닉네임을 가지신 교수님의 카리스마와 무자비한 '소크라테스식' 강의 덕분에, 너무 오랜만에 해보는 공부라 성과가 지렁이 수준이긴 했으나 매 수업 나름 열심히 예습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방대한 양이 적이었다. 아무리 읽어도 수업 진도를 따라잡기가 어려웠음.
2)헌법
기본권론과 국가권력론은 도대체 무얼 배운 건지 지금도 아리송하다. 교수님이 특이하긴 하셨지. 교재는 폼이었고 무조건 수업 중 말씀을 신의 계시처럼 받아 적는 수 밖에 없었던지라, 심지어 수업을 녹음하여 아이들과 부분 부분 나누어 미친듯이 타자를 쳐가며 공부했건만. 머리 속에 남은 것은 하나도 없음.
3)형법1
형법총론은 가장 어렵게 느껴진 과목이었다. 이놈이 저놈같고 이말이 저말같은 꼬인 학설들을 공감없이 외우고 있자니 이런 걸 만든 놈들은 분명 미친놈들같은데 이걸 외우고 있는 나도 곧 같이 미쳐돌아가겠다 뭐 그런 생각 뿐이었음. 여학생들을 은근히 바보취급하는, 혹은 여자는 법학을 해서는 안된다고 여기는 듯한 교수님에 대해 반감도 컸다.
4)곁다리로 들은 법사상사. 폭넓게 철학을 논하다가 기말고사가 다가오자 갑자기 고밀도의 암기과목으로 돌변했던 과목.
5)취약점
한번 싫다고 생각하니 더 하기 싫고, 더 외워지지 않았던 과목이 바로 형법총론이었는데, 그게 아직까지 발목에 채여 질질 끌려온다.
이번 실무수습이 끝나면, 반드시 형법총론을 한번 훝어야.
2. 1학년 여름방학.
오랜만에 다시 학생이 되어보니, 방학도 다시 생기는구나. 2학기를 위하여 민사소송법과 행정법 스터디를 하였느나, 스터디는 그저 마냥 놀지만은 않았다는 핑계거리로 한 것이고, 2달간 푹 퍼져서 열심히 놀았다.
7월에는 코사무이에 다녀왔음. 그 곳 리조트 수영장이 지금도 아른거린다.
리조트이름이 뭐였더라, 사장님 이름이었는데...
3. 1학년 2학기.
가. 학교생활
수업을 듣고 책을 읽는 것에 처음보다 많이 익숙해졌다. 2학기는 아이들 사이에서 '공포의 커리큘럼'이라 불릴 정도로 빡빡한 과정이었는데, 의외로 소송법 과목들이 재미있었고, 필수과목들로 18학점이 가득 차 시간표가 확정되어 있다보니 수강신청 눈치보기의 필요가 없어 나에게는 가장 편하게 느껴졌던 학기였다.
나. 학습
1)민사소송법
어머머, 소송법은 꽤 재밌네 하며 민소,형소를 배웠다. 특히 민소는, 지도교수님의 포스 덕분에 총 학습 시간의 70%는 민소만 공부했던 듯. 실체법처럼 학설들이 추상적이지 않은 덕분에 이해하기도 쉬웠고, 실제 절차에서 어떤 용도일지 짐작이 가니 암기하기도 비교적 수월했다.
2)형사소송법
형소는 민소만큼 투자하지는 않았으나, 흥미를 느껴서 그런지 큰 어려움 없이 공부했다. 교수님은 몹시 특이하신 분이었고, 수업의 내용이 과연 형소를 이해하기 위한 내용인지에는 의문이 있었으나, 지나고 보니 그래도 편한 수업이었다.
3)물권법
지난 학기에 이어 민법은 물권법과 불법행위법을 수강. 물권법을 계약법과 다른 교수님께 들었더니, 같은 과목도 교수님마다 완전히 다른 과목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법은 역시 방대한 과목.
4)불법행위법
계약법에 이어 임느님 수업 수강. 이제는 교수님께 더 창피할 것도 없는지라, 잘못 대답하고도 떳떳할 수 있었달까. 계약법과 비교할 때 범위가 매우 미약하여 다소 행복감을.
5)형법2
형법총론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으니 각론이라고 쉬울 리가 있나. 더구나 2학점으로 1주일에 2시간 배우는 것이 다여서, 진도 역시 3분의 1정도 나가는데 그치고 나머지 3분의 2에 대한 공부는 각자에게 숙제로 남겨졌으나, 내가 했을 리가. 그래도 총론보다는 각론이 이해하기는 쉬웠다.
6)행정법
한 학기에 민소 형소 물권 불법행위 형법각론을 한꺼번에 나가다 보니, 저마다 마음 속에 포기한 과목 하나쯤은 도사리고 있었는데, 내게는 그게 행정법이었던 듯(물론 형법각론도 비슷하였지만). 참 재미없는 과목이었다. 아는 게 없으니 재미가 있을리가. 교수님 스타일도 나와는 맞지 않았었다. 역시 공부도 애정을 가지는 것이 중요.
7)취약점
행정법은 '무'의 상태다. 역시나 2월에 꼭 한번은 읽고 새 학기에 들어가는 것이 몸보신의 길.
4. 1학년 겨울방학
추위를 워낙 질색하는지라 항상 겨울이 오면 우울하지곤 하는데, 특히나 이 겨울은 힘들었다.
헌법재판소 실무수습 2주 다녀오고, 사법연수원에서 실시하는 2주간의 동계연수 프로그램 참가한 것이 전부.
헌재 실무수습은 위치가 마음에 들어 신청했던 것인데, 종로3가에 헌재연구원이 개원하는 바람에 삼청동을 포기해야 했다. 초기여서인지 프로그램이 다소 부실했고, 공부할 마음이 별로 없었던지라, 함께 간 동기 아이들과 빕스가고 영화보며 땡땡이도 쳤다. 전국 각 학교에서 모인 학생들은 워낙에 모범생들인지라, 다들 별 소득없는 수업을 꾸역꾸역 듣고 있었고 땡땡이 친 건 우리가 유일했던 듯.
역시나 공부는 그다지 하지 않았고(덕분에 2학년 1학기 회사법 때문에 힘들었다), 놀기는 잘 놀았다. 1주일간 마우이에 다녀왔다.
할레아칼라의 석양.
Posted by nad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