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건강관리 좀.

2012년 2012/01/14 14:29

감기기운과 소화불량이 겹쳐 1.13.금요일 실무수습 병가.

나가서 쓰러져 있더라도 일단 출근은 하려고 다 차려입고 나갔으나. 지하철 승강장에 서 있는데 이마 위로 식은 땀이 쪼르르 나는 거야. 과거에 한번 지하철에서 의식을 잃고 선로 아래로 떨어졌던 경험이 있었는데, 바로 그때 증상 중 하나가 식은땀이었거든. 안되겠다, 싶어서 바로 지하철역을 나와서 병원으로 갔다. 

병원과 약국을 들렀다가, 일단 주임님 자리로 전화해서 상황 설명하고. 이후 담당관과 통화. 그리고는 오후까지 내내 잤다.

하루가 지난 지금은 좀 나아지기는 하였는데, 쉽게 개운해질 것 같지는 않다. 

그동안 질색하는 찬바람을 맞으며 아침 일찍 나가서, 만원 지하철과 버스에 시달리고, 악연 중 악연이라고밖에 설명이 안되는 상극인 사람에게 오늘은 또 어떤 스트레스를 받으려나 한숨 쉬며 하루 하루를 보내느라, 저항력이 바닥이었기 때문인 듯. 

어쨌거나, 이제 절반을 겨우 보냈다. 남은 절반은 설이 끼어있으니, 조금은 easy하길 바랄 뿐.

한참 아플때는 몸만 아프지 않으면 세상에 어려운 일 하나 없을 것 같다가도, 기억력이 닭머리 수준인지 회복이 되자마자 건강에 대한 감사함은 저 멀리 망각의 나라로 도망가버린다.

건강관리의 중요성. 올 한해 앓는 일은 이번 주말로 끝이 나길.



 
Posted by nadie

2011.

2012년 2012/01/07 23:14

1. 2학년 1학기
   
가.학교생활

'엄격한 상대평가'제도의 실시로 수업 중 아이들 사이 긴장감이 심화된 것을 뚜렷이 느끼다. 다들 열심히 하는 애들인데 왜 꼭 0.1점씩 차이를 내서라도 C나 D를 줘야 하나. 덕분에 오로지 학점을 잘 받기 위해 각종 술수가 난무하기도 했고, 아이들 및 교수들 사이 가벼운 충돌도 있었으며, 수강신청에서 학점추구파와 변시대피바가 확연히 갈리기 시작한 학기였다.

한해 먼저 공부한 1기들은 2학년을 비교적 여유롭게 보낼 수 있었다고들 하였으나, 우리 2기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성적 경쟁이 더욱 심화되기 시작했고, 스스로를 '무대에서 한 발치 비켜 서 있다'고 생각하는 내게는 이렇게 어렵게 공부하고 경쟁하는 아이들이 안스럽게 느껴졌다. 역시 사람은 빨리 태어나고 볼 일, 혹은 기득권이란 아름다운 것이야.

나. 학습

1)회사법
제대로 예습을 해 오지 않은 회사법 때문에 고생했다. 상사전형계약은 그래도 범위가 많지 않아 학기 시작하고도 따라 잡을 수 있었으나, 이거 뭐 회사법은 뒤로 갈수록 안드로메다로. 거기다 '책 읽어주는 남자'셨던 교수님 덕분에 과목 자체에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2)상사전형계약
범위가 적어 그나마 더 재미있게 공부했다. 김혁붕 동강을 보고 교안과 교과서를 읽는 방식으로 예습을 했는데, 동강과 교수님 강의는 전혀 다른 과목처럼 따로 진행된다는 느낌이어서 막판에는 김혁붕은 포기했다. 중간고사는 객관식 시험만 보았는데, 전체 수강 학생 중 만점자의 비율이 가장 높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3)민사재판절차
증거부터 민소법 뒷부분을 배웠다. 필수과목이었던 1학기에 비해 수강 인원이 너무 줄어들어 누가 C,D를 받느냐를 놓고 아이들 사이 스파크가 튀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성실하게 수업듣고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이었는데 말이다. 3학년들까지 섞여 있어 1학기 민소법에 비해 매시간 힘겨움을 느꼈다. 단 한 마디도 놓쳐서는 안되는 초압축 수업이었다는 점도.
 
4)채권관계론
역시 3학년들이 수강생의 절반 이상이어서 힘들었지만, 1학년 계약법에 비하면야 뭐. 그래도 임느님 스타일에 제법 익숙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중간고사는 거의 재앙 수준이었으나 기말에 많이 회복했다. 

5)의료관계와 법
놀면서 흐지부지 흘려보내는 토요일을 활용해보려고, 토요일 9시에 의료관계와 법을 수강했다. 교수님께 물권법을 들었던 터라 크게 무리없이 따라갈 수 있을 듯 하여. 현직에 계신 외부 분들,일반 대학원 학생들이 함께 듣게 되어 화기애애하고 흥미로운 수업이었다. 병원 사무직원, 의사 출신 변호사, 시민단체 간사 등 다양한 분들이 현실을 이야기 해 주신 것이 인상적이었다. 의료 사고의 대부분이 산부인과에서 발생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지. 어이없는 의료사고 판례들을 많이 읽은 덕에 병원이 무서워졌다.

6)법조윤리
마지막에 말썽이 많은 과목이었다. 꼭 이런 걸 과목으로 만들어 수강하게 해야 하나. 가르치는 교수도 듣는 학생도 감흥없는 대형강의였다. 그냥 법조윤리 시험을 패스하면 되지, 필수과목으로 만들 필요는 없을 텐데. 여름에 치른 법조윤리 시험에 별 도움도 되지 않은 과목이었다.


2. 2학년 여름방학

 


2주간의 법원실무수습 참가. 의욕 넘치시는 담당관님을 만나 다른 조에 비해 2~3배 많은 기록들을 검토했다. 
법원이 얼마나 조용한 곳인며 얼마나 냉방이 되지 않는 곳인지 체험. 북부지방법원의 구내식당 메뉴는 거의 사찰음식 수준이었음.
 
다른 학교 학생들과 섞여 함께 공부하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조원 4명이서 같은 기록을 봐야 해서, 그 두꺼운 서류들을 복사하는 것-심지어 3시간 꼬박 복사기와 한몸이 된양 땀을 흘리기도 했다-은 다소 끔찍했으나...

민사담당관님, 형사담당관님 모두 젠틀하셨고, 시보실에 우리끼리 모여 있었기에 서로 부담없는 다소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형사담당관님은 '참으로 판사님'이란 느낌과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시려는 모습, 법정에서의 친절함 등으로 존경을 느꼈던 분. 저런 분들이 잘 되어야 당사자에게 공정한 재판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법원도 하나의 조직이고 사회생활이니 '훌륭한 순서'대로 승진이 이루어지진 않겠지만.

길게 여행할 마지막 학기다 싶어서, 1주일간 두바이 찍고 모리셔스.
 

샨티모리스 리조트 해변. 역시 아프리카는 대기와 태양광선부터 다르더라. 모리셔스에서 건진 사진이 많았다.


3. 2학년 2학기

가.학교생활

가장 힘든 학기였다. 일단 2학년 개설과목들이 어정쩡했고, 변시 관련 주요강의들이 모두 3학년 수업으로 몰려 있었다. 지난 학기에 1년 짬밥 더 먹고 교수들과 더 친하고 학교의 관심을 받고 있는 1기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체험했던지라, 막판까지 고민하다 결국 3학년 수업인 민사법사례연구와 민법사례연구를 뺀 것이 화근이었다. 힘든 수업이 결국에는 가장 편한 수업이라는 교훈.  

나.학습

1)형소실무
가장 주력했던 과목이나,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형소 과목과 변론요지서 작성에 다소 자신이 있었건만. 일단 교수 선택도 잘못되었고, 무언가 내가 자각하지 못한 실수도 있었겠지만, 한마디로 아쉽다. 실무수습 중 담당관께 허락받고 학교까지 나갔건만, 기말 답안지 문의도 하지 못하게 하더라.

2)검찰실무
중간고사를 제대로 망하고 점수 확인조차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기말에 선전하였는지 기대보다 성과가 좋은 과목이었다. 그러나, 변시에 도움되지 않겠다는 생각. 형실 듣는 김에 묻어서 함께 수강하려 했던 것은 오산이었고, 추구하는 바가 서로 다른 과목인지라 공부법 역시 달라야 했음. 

3)유가증권
들으며 내내 후회했는데(변시에서 비중도 높지 않고 실제 거래관계에서 어음수표의 비중도 줄어들고 있으니), 기말고사에서 시간 배분을 잘못하여 끝까지 후회로 남았다. 굳이 한 학기를 투자할 과목은 아니라는 생각. 차라리 회사법을 두 학기로 나누어 개설할 것이지.

4)상속의 법률관계
이건 또 왜 친족법과 상속법 각 3학점으로 개설되어 있는 것인지, 그 실용성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과목이었으나. 민법사례연구를 안 듣는 마당에 이거라도 들어야 할 듯 해서 수강했으나. 100문제의 OX를 풀고 나니 이것 참 나. 수업 내용 자체는 좋았고, 교수님은 훌륭하신 분이었으나, 친족상속을 통합하여 3학점으로 운영하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5)법경제학
이번 학기 들은 과목 중 유일하게 배움의 기쁨을 느꼈던 수업. 학부 때도 경제학 수업을 들은 바가 전혀 없어 날 것의 상태로 경제학적 시각을 접할 수 있었는데, 흥미로웠고 새로웠다. 기말고사도 문제가 재미있어 매우 즐겁게(?) 치렀던 과목.
 
6)국제민소
이번 학기 과목 중 수강을 가장 후회한 수업. 가르쳐서는 안 될 교수도 존재하고, 들어서는 안 될 수업도 존재한다. 들어온 지식은 단 한 줌도 없었다.


4. 2학년 겨울방학

2012.1.7. 현재, 6주간의 법원심화실무수습 진행 중. 과제로 부과받은 기록은 6개째. 배석판사실 큰 탁자를 차지하고 앉아있고, 재판부에 혼자 배정되어 기록을 복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여름에 비해 진화한 점.
 
2013년 1월까지 해외여행을 포기한 터라, 실무수습 시작 전 가볍게(?) 제주도 2박3일. 


 

 























날씨도 흐리고 눈이 올 때 갔던지라 야외에서 건진 사진이 거의 없다. 제주 신라호텔은 실망스러웠음. 위치와 시설은 뛰어나나(수영장은 인정), 음식이 명성 대비 꽝이었고, 친절도도 낮았다. 하얏트로 갈 걸 잘못한 듯, 위치도 하얏트가 낫던데.

여행 좀 다닌다는 블로거들이 입에 거품 물고 칭찬하던 캠핑 바베큐는 딱 3만원 퀄리티였는데, 몇 배를 받는 거야 도대체. 그나마 호텔 내 와이너리 투어(이름은 웃기지만)에서 괜찮은 와인을 많이 마셔서 다행이었다. 조식도 평범했고 맛있는 음식이 기억나지 않음.  

교훈은 자기들이 다녀온 곳은 무조건 최고로 포장해버리는 호들갑 블로거들을 절대 믿지 말 것. 이들이 자주 쓰는 용어 하나- "최고의 호사를 누렸어요"- 최고란 수식어가 나오면 바로 보던 창을 닫아버릴 것.
 

호텔이 넓직하고 인테리어와 조경에 신경쓴 것은 마음에 들었다.

Posted by nadie

2010.

2012년 2012/01/07 21:06

2010년 입학하며 정한 목표는 '무사히 졸업하기'였다.

젊은 애들에게 밀리고 오랜만에 하는 공부에 적응못하여 늘 그렇듯이 또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아

도중에 에이씨 틀어져서 그만두고 나오는 것,이 가장 피해야 할 것이었으니.

지난 2년을 비교적 무사히 보냈구나 생각하니, 일단 자신이 대견스럽다. 3분의 2를 제대로 넘긴 거잖어. 훌륭한데.

남은 1년이 가장 중요한 기간이긴 하지만, 별일 없는 한, 동기들과 함께 졸업할 수 있을 듯. 물론 시험 합격은 별개의 일이지만.



1. 1학년 1학기.

가. 학교생활

처음 펴 본 법전과 법서의 엄청난 두께에 압도당하고, 인정사정 보지 않고 질문과 핀잔주기를 반복하는 교수님들에게 긴장하고, 젊은 애들과 섞일 수 있을까 고민하며, 긴장한 상태로 3~4월을 보냈었다. 5월부터 어깨 근육이 풀리기 시작.

나. 학습

1)계약법
민총을 다 보고 들어왔다는 가정 하에 진도를 아우토반처럼 뽑아냈던 계약법이 주된 투자 과목이었다. '임느님'이라는 닉네임을 가지신 교수님의 카리스마와 무자비한 '소크라테스식' 강의 덕분에, 너무 오랜만에 해보는 공부라 성과가 지렁이 수준이긴 했으나  매 수업 나름 열심히 예습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방대한 양이 적이었다. 아무리 읽어도 수업 진도를 따라잡기가 어려웠음.   

2)헌법
기본권론과 국가권력론은 도대체 무얼 배운 건지 지금도 아리송하다. 교수님이 특이하긴 하셨지. 교재는 폼이었고 무조건 수업 중 말씀을 신의 계시처럼 받아 적는 수 밖에 없었던지라, 심지어 수업을 녹음하여 아이들과 부분 부분 나누어 미친듯이 타자를 쳐가며 공부했건만. 머리 속에 남은 것은 하나도 없음.

3)형법1
형법총론은 가장 어렵게 느껴진 과목이었다. 이놈이 저놈같고 이말이 저말같은 꼬인 학설들을 공감없이 외우고 있자니 이런 걸 만든 놈들은 분명 미친놈들같은데 이걸 외우고 있는 나도 곧 같이 미쳐돌아가겠다 뭐 그런 생각 뿐이었음. 여학생들을 은근히 바보취급하는, 혹은 여자는 법학을 해서는 안된다고 여기는 듯한 교수님에 대해 반감도 컸다.

4)곁다리로 들은 법사상사. 폭넓게 철학을 논하다가 기말고사가 다가오자 갑자기 고밀도의 암기과목으로 돌변했던 과목.

5)취약점
한번 싫다고 생각하니 더 하기 싫고, 더 외워지지 않았던 과목이 바로 형법총론이었는데, 그게 아직까지 발목에 채여 질질 끌려온다. 
이번 실무수습이 끝나면, 반드시 형법총론을 한번 훝어야.


2. 1학년 여름방학.

오랜만에 다시 학생이 되어보니, 방학도 다시 생기는구나. 2학기를 위하여 민사소송법과 행정법 스터디를 하였느나, 스터디는 그저 마냥 놀지만은 않았다는 핑계거리로 한 것이고, 2달간 푹 퍼져서 열심히 놀았다.
 
7월에는 코사무이에 다녀왔음. 그 곳 리조트 수영장이 지금도 아른거린다.

리조트이름이 뭐였더라, 사장님 이름이었는데...

3. 1학년 2학기.

가. 학교생활

수업을 듣고 책을 읽는 것에 처음보다 많이 익숙해졌다. 2학기는 아이들 사이에서 '공포의 커리큘럼'이라 불릴 정도로 빡빡한 과정이었는데, 의외로 소송법 과목들이 재미있었고, 필수과목들로 18학점이 가득 차 시간표가 확정되어 있다보니 수강신청 눈치보기의 필요가 없어 나에게는 가장 편하게 느껴졌던 학기였다.

나. 학습

1)민사소송법
어머머, 소송법은 꽤 재밌네 하며 민소,형소를 배웠다. 특히 민소는, 지도교수님의 포스 덕분에 총 학습 시간의 70%는 민소만 공부했던 듯. 실체법처럼 학설들이 추상적이지 않은 덕분에 이해하기도 쉬웠고, 실제 절차에서 어떤 용도일지 짐작이 가니 암기하기도 비교적 수월했다.

2)형사소송법
형소는 민소만큼 투자하지는 않았으나, 흥미를 느껴서 그런지 큰 어려움 없이 공부했다. 교수님은 몹시 특이하신 분이었고, 수업의 내용이 과연 형소를 이해하기 위한 내용인지에는 의문이 있었으나, 지나고 보니 그래도 편한 수업이었다. 

3)물권법
지난 학기에 이어 민법은 물권법과 불법행위법을 수강. 물권법을 계약법과 다른 교수님께 들었더니, 같은 과목도 교수님마다 완전히 다른 과목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법은 역시 방대한 과목.

4)불법행위법
계약법에 이어 임느님 수업 수강. 이제는 교수님께 더 창피할 것도 없는지라, 잘못 대답하고도 떳떳할 수 있었달까. 계약법과 비교할 때 범위가 매우 미약하여 다소 행복감을.

5)형법2
형법총론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으니 각론이라고 쉬울 리가 있나. 더구나 2학점으로 1주일에 2시간 배우는 것이 다여서, 진도 역시 3분의 1정도 나가는데 그치고 나머지 3분의 2에 대한 공부는 각자에게 숙제로 남겨졌으나, 내가 했을 리가. 그래도 총론보다는 각론이 이해하기는 쉬웠다.

6)행정법
한 학기에 민소 형소 물권 불법행위 형법각론을 한꺼번에 나가다 보니, 저마다 마음 속에 포기한 과목 하나쯤은 도사리고 있었는데, 내게는 그게 행정법이었던 듯(물론 형법각론도 비슷하였지만). 참 재미없는 과목이었다. 아는 게 없으니 재미가 있을리가. 교수님 스타일도 나와는 맞지 않았었다. 역시 공부도 애정을 가지는 것이 중요. 

7)취약점
행정법은 '무'의 상태다. 역시나 2월에 꼭 한번은 읽고 새 학기에 들어가는 것이 몸보신의 길.


4. 1학년 겨울방학 

추위를 워낙 질색하는지라 항상 겨울이 오면 우울하지곤 하는데, 특히나 이 겨울은 힘들었다. 

헌법재판소 실무수습 2주 다녀오고, 사법연수원에서 실시하는 2주간의 동계연수 프로그램 참가한 것이 전부.
 
헌재 실무수습은 위치가 마음에 들어 신청했던 것인데, 종로3가에 헌재연구원이 개원하는 바람에 삼청동을 포기해야 했다. 초기여서인지 프로그램이 다소 부실했고, 공부할 마음이 별로 없었던지라, 함께 간 동기 아이들과 빕스가고 영화보며 땡땡이도 쳤다. 전국 각 학교에서 모인 학생들은 워낙에 모범생들인지라, 다들 별 소득없는 수업을 꾸역꾸역 듣고 있었고 땡땡이 친 건 우리가 유일했던 듯.

역시나 공부는 그다지 하지 않았고(덕분에 2학년 1학기 회사법 때문에 힘들었다), 놀기는 잘 놀았다. 1주일간 마우이에 다녀왔다.
 
 

 할레아칼라의 석양.
Posted by nadie

다시.

2012년 2012/01/07 15:50


새로 블로그를 만들까, 하다가

귀찮기도 하고. 꾸준히 한 곳을 파는 끈기란 눈꼽만큼도 없이,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흔적을 남기고 다니는 자신의 습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찔림을 느껴,

3년만에 티스토리로 컴백.

남들에게 무언가 공급하거나 공유하고 싶어서 쓰는 건 물론 절대 아니고,

그냥, 시간이란 게 참 허무하고 아스라하여,

그날그날 무얼 했는지, 무슨 생각이 그때 내 머릿 속에 차있었는지

써놓기라도 하지 않으면 도대체 뭘 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더라고.

매일 밥 먹고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고 30분 후면 기억도 나지 않을 책 읽고

그런 것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어서, 허무하더라고.

귀찮더라도, 암호문처럼 짧은 글이더라도,

역시 안 쓰는 것 보다는 쓰는 것이 남는 것.



시험이 1년 앞으로 다가와 지난 2년보다 물리적으로는 더 바쁜 한해가 되겠지만,

도대체 무얼 하며 시간을 허비하였는지 기록이라도 해두어야 나중에 조금은 덜 허무하겠지.


Posted by nadie



의외의 펀치는 실제보다 둔탁하게 느껴지는 법. 영화에 대해 검색이라도 해보고, 미리 '각오'를 했더라면 나았을까.

제목조차 모른 채 '프랑스 호러 영화'란 말만 듣고 본 것은 내 실수였다. '잔혹하다'는 말로는 턱없이 부족한 이 영상에 100여분간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나니, 

터무니없이 비싼 호텔 스파에 가서 장미꽃잎이 사치스럽게 떠도는 욕조에 누워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꽃미남미녀들이 도가니탕을 이루어 봄날의 언덕에서 둥글게둥글게를 하는 흐뭇한 광경이라도 봐야 독이 빠질 것 같았다.



영악한 영화다. 가학성과 폭력과 더러운 욕망을 미스터리와 어설픈 종교적 성찰, 세련된 연출이라는 반짝이는 비닐 포장지로 싸고 있다.

"충격적이고 새롭다.통찰력 있다"는 수식어만 갖다 붙이면 가학적 변태들을 위한 스너프 필름도 얼마든지 공공 상영관에 걸릴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대단한 영화이기는 하겠다.
 
스스로를 제법 슬래셔,고어,오컬트 등 호러 영화 팬이라고 여기는('엑소시스트'는 여전히 생애 최고의 영화 중 하나다) 나에게도 이 영화는 구토를 삼키는 듯 불쾌했다. 이 정도면 '제한상영관' 등급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영상적 잔혹함 때문은 아니었다. 저질 스너프와 고급 장르영화의 경계를 오가는 듯 관객을 현혹하는 그 영리한 연출력과 계산속에 거부 반응이 일었다. 심오한 뜻을 뒤로 하고 있는 척 하면서, 타인의 피와 고통을 자신의 쾌감으로 변환하는 싸구려 욕망을 자극하는 교활함.

피투성이가 된 아름다운 두 소녀, 괴물처럼 뒤틀어진 여성의 나체, 이유없는 폭력과 약자의 수긍, 타인의 상처를 헤집어 자신의 위안을 얻으려는 이기성, 폭력과 고통의 극한을 경험해야 '마터스'가 될 수 있다는 어설픈 '스토리'까지.

포장과 위선,'예술'이란 이름으로 면죄부를 받는다. 나는 이런 류의 심오한 척 하는 '가짜'들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킨다. 가짜, 저질은 있는 그대로 '나는 가짜요, 저질이라네'라고 떳떳하게 말할 때 비로소 그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B급 영화가 유쾌한 이유가 그러하다.



어쨌거나, 이런 격한 반응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미덕이었다. 

파스칼 로지에 감독이 '충격적이고 노골적인 신체 훼손을 시각화해야 인간의 공포를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떼시스(Tesis,1996)를 봤느냐고 물어보고 싶다. 

인간 본능으로서의 공포를 예술적 감각으로 승화하는 것과 신체적, 사회적 약자(젊은 여성)를 감금해 짐승으로 만들고 피부를 벗기는 장면을 과학 실험마냥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굳이 영화를 보시겠다면,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가라 말하고 싶다. 인간은 유약하다. 눈에 보이는 폭력과 들리는 비명에 우리의 마음은 공명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오염'되지 않도록 조심할 것(특히 영화 속 안나, 루시와 동년배의 여성들은 감정이입을 삼가할 것). 

반면, 원래 타인의 신체적 고통을 놀이처럼 즐기는 변태들에겐, 이 이상 흥겨운 롤러코스터도 드물 것이다.
  


Posted by nadie


영화를 볼 지 말 지 고민이시라면,

우선 이 블로그의 다른 영화감상 후기를 슬쩍 살펴본 다음,

'얘는 내가 관심없는 영화만 보고 좋아하네', 싶으면 바로 <T4>예매로 go go.  

반대로 '나랑 대략 흡사한 취향'이라는 판단이 드신다면,

차라리...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
를 두 번 관람할 것을 추천함. 

이제 상영하는 극장이 없으려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였던가, '내 남편의 여친도 좋아'였던가, 

사업적 감각은 엿바꿔 먹은 듯한 한국 배급사 측이 <아내가 결혼했다> 삘을 내려고 괴상망측한 제목으로 바꿔버려 흥행이 절반 정도는 줄어들었을 영화인데 -제목만 보고 국산 불륜 영화인 줄 알고 계속 '비키 크리스티나..'는 언제 개봉하냐고 기다리던 사람도 있었다더라-

우디 알렌 영화 중 가장 유쾌하고 귀여운 유머가 가득한 깜찍한 작품이었다. 아담하고 세련되면서도 눈여겨 볼 소품이 가득한 작은 정원같은 느낌이랄까.


특히 이 영화에서 페넬로페 크루즈의 매력이란. <라 빠르망>에서 모니카 벨루치에 버금간다.

우디 알렌이 스칼렛 요한슨 '빠'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안티'였던 듯. 요한슨과 크루즈가 나란히 나오는 장면이 많은데, 이건 민간인과 수퍼모델만큼 '포스'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크루즈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팜므파탈, 천상의 매력을 보인다면, 요한슨은 그냥 금발 빼면 남는 게 없는 옆집 여대생 같이 나온다.

이로서 나의 여배우 취향 계보(라붐의 소피 마르소-하이틴 시절 제니퍼 코넬리-라 빠르망의 모니카 벨루치-페넬로페 크루즈)가 완성.

제목은 터미네이터로 달아놓고, <vicky cristina barcelona> 얘기만 하게 되는데. 어쩔 수 없는 것이, T4에 대해서는 그저 '치고 부수고 폭파하고 찢고 깨고 달리고' 등의 표현 밖에 쓸 수가 없는지라. 무슨 놈의 폭파 장면이 그리도 많이 나오는지, 파괴본능을 자극하면 소비가 촉진되긴 하겠지.

볼 거리에 있어서는 <스타트랙>보다 못했고, 스토리는...기억도 안 나네, 뭐 신경 안 써도 된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 마이클 빈이 나오는 1984년작을 가장 훌륭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하는 얘기란 걸 감안하고 들으시길.  

1984년의 터미네이터. 존 코너의 아버지 카일 리스로 분한 마이클 빈. 


Posted by nadie
딱 한 번,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2006년 10월 9일 북핵실험 관련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때였는데, 당시 정치부 막내였던지라 청와대 출입 선배의 어시스턴트로 2~3일간 파견됐었다.

내가 할 일이야 기자회견이나 브리핑 내용을 열심히 받아치는 '인간 타자기' 역할 정도이니, 관심사는 온통 생전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인 청와대 구경. 기자실과 춘추관을 쓸데없이 왔다갔다하고 윤태영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을 받아 적으며 '웨스트윙'을 떠올리곤 했었다.

기자회견장에서도 '지금 아니면 언제'의 마음가짐으로 일찌감치 앞쪽에 자리를 잡고 대통령을 기다렸었는데. 입장한 노 대통령은 관례대로 앞좌석 기자들에게 악수를 청하며 가볍게 인사를 하는 과정을 거치셨다.

스쳐 지나간 몇 초에 불과했지만, 당시 그의 모습은 내게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이유는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노 대통령의 모습이 다른 정치인들과 사뭇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여야,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친화성. 진심이건 가식이건 간에 그들은 접촉하는 시민들에게 친근한 인상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더구나 국민을 대신해 접촉하는 언론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한 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

하여 정치인들과의 악수와 인사의 과정이란, 다소 낯간지러운 성격의 경험일 수 밖에 없었다. 수많은 기자 중 막내 하나를 기억하고 있을리 만무하건만, 친절과 (좋은 의미에서) 아는 체의 홍수 덕분에 처음 정당팀에서 일했을 때는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내가 경험한 최고의 '친화력 악수' 제공자는 손학규 전 지사. 손아귀 힘이 얼마나 강하시던지, 그리고 얼굴 가득한 그 미소는 역시 아줌마 유권자들에게 통할 수 밖에 없는 무기였다. 시장 시절과 대선 후보 시절 만난 이명박 대통령도 기자들에게 허물없는 친근함을 보여준 정치인이었다. 

어쨌거나, 이같은 '정치인 악수'의 공통점으로는 첫째 정면의 시선 맞춤(익숙해지기 전에는 다소 당황스러울 정도로 똑바로 눈을 맞춘다), 둘째는 악수하는 손에 들어간 힘(슬쩍 잡고 마는 것이 아니라 손에 힘을 실어 물리적으로 '기억'을 남긴다) 들 수 있는데.

노 대통령과의 악수에는 이 두 가지 특징이 모두 없었다. 기자회견장에서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기자들의 손을 쥐었고, 시선은 살짝 비켜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들이 보통 그러하듯, 마주선 이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았고 손을 쥐는 것을 조금은 어색해하는 느낌이었다. 낯선 기자여서인가 싶어 청와대 출입 타사 선배들과의 악수도 유심히 지켜봤는데, 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북핵 사태로 워낙 피로해서, 경황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그날 하루만 보였던 태도일 수도 있다. 나에게는 딱 한 번의 경험이었으니. 하지만, 이 날의 악수는 나에게 '노통은 정치인인 것이 행복할까'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짧은 정치부 생활에서 만난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때로는 진흙탕이 되는 이 '바닥'을 즐기고 있었다. 존경받는 검사, 판사, 교수였던 그들이 쌍욕 듣고 몸싸움도 불사해야 하는 정치판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그들은 재미있어 하고 있었고, 보람을 느끼고 있는 듯 보였다.

악수 한 번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웃기지만, 그가 풍기는 이미지와 행동들은 분명 그런 의문을 갖게 했다. 기존의 정치인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노통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지만, 그런 '다른 모습' 때문에 그에게 닥칠 시련은 두 배로 느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

휴일 오전, 뉴스 속보를 접하며, 그 날의 악수를 떠올렸다. 그가 '전형적인' 또는 '정치인스러운' 정치인이었다면, 결코 자살이라는 결말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한 거다. 

원칙적으로, 전 대통령으로서의 그는 개인이기에 앞서 역사의 한 부분이고, 그의 시대가 국민의 평가를 받을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서서 어떤 형태이건 (살아남아) 책임을 지는 것이 의무다. 세속적인 판단으로도, 그렇게 살아남다보면 다시 긍정적인 시선이 돌아오는 것이고 정치계의 상징적 원로로 역할을 되찾을 날이 분명 오는 것인데(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를 보아도).

그는 목숨을 버리는 길을 선택했다. 정치인다운, 나라의 수장을 지낸 사람다운 계산과 의무감 이전에, 개인으로서 그의 상처입은 자존감과 절망이 더 깊었던 것이다. 

남은 지지자들은 노 대통령의 이런 '인간적인' 면모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리워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정치인스럽지 않은' 기질 때문에 더 힘겹고 무거운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 

업적에 대한 평가와는 논외로, 노 전 대통령은 한국 정치사에 하나의 상징으로 남을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런 그가 이렇게 생을 마감한 것은, 지지 여부를 떠나 우리 모두에게 오랫동안 멍에로 남을 것이다. 






  







Posted by nadie